인도의 경제 성장과 심화되는 불평등: '빌리어네어 라지'의 그림자

인도의 경제 성장과 심화되는 불평등: '빌리어네어 라지'의 그림자

인도 뭄바이의 화려한 고층 빌딩 숲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슬럼가. 이 극명한 대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대국 중 하나인 인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집권 10년 동안 인도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그 그림자처럼 소득과 부의 불평등 또한 심화되고 있다.

성장의 그늘: 심화되는 불평등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22.6%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옥스팜 인디아의 2022년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인도 상위 1%가 전체 부의 40.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 특히 우려되는 점은 경제적 불평등이 이미 카스트, 종교, 지역, 성별에 따라 분열된 사회에 더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옥스팜 인디아의 보고서는 이렇게 경고한다.

인도 국립통계청(National Statistical Office)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도의 1인당 GDP는 약 2,300달러다. 그러나 이 수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보스턴 캠퍼스의 리샵 쿠마르(Rishabh Kumar) 경제학 조교수는 "인도 국민의 90%는 인도의 1인당 GDP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리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빌리어네어 라지'의 탄생

모디 총리 집권 기간 동안 인도 경제는 연평균 7%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성장의 혜택은 극소수에게 집중됐다. 2000년 단 9명에 불과했던 인도의 억만장자 수는 2017년 101명으로 증가했고, 2022년에는 119명에 달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인도에서는 매일 70명의 새로운 백만장자가 탄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옥스팜 인디아의 보고서는 이렇게 전망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 억만장자들의 총 자산이 2018-19 회계연도 인도 연방정부 예산 전체를 상회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거의 10배나 증가했다.

CEO vs 일반 직원: 천문학적 임금 격차

인도 기업들의 CEO와 일반 직원 간 임금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의 규정에 따라 상장 기업들이 공개한 보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기업에서 CEO의 연봉은 일반 직원 중간값의 1,200배에 달했다.

특히 IT 기업들의 격차가 두드러졌다.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의 경우 최고 경영진 보수와 중간값 직원 보수의 비율이 515대 1로 나타났다. 루핀(Lupin)의 회장 보수는 무려 1,263배에 달했다.

"인도에서 농촌 최저임금 노동자가 한 해 동안 주요 의류 기업 최고 임원의 연봉만큼 벌려면 941년이 걸립니다." 옥스팜 인디아의 충격적인 분석이다.

지역 간 격차: '두 개의 인도'

인도의 불평등은 지역 간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인도 남부 도시들은 남유럽만큼 부유한 반면, 북부 일부 지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0년간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남부 7개 주와 나머지 21개 주 사이의 1인당 소득 격차는 35%에서 50%로 확대됐다.

델리의 중앙정부는 빈곤 지역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세수의 대부분이 부유한 주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이는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일부 빈곤 주들이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격차 해소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불평등의 대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다

심각한 불평등은 인도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높은 불평등은 빈곤 감소 효과를 반감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인도의 경우, 불평등으로 인한 세 가지 주요 경제적 약점이 두드러진다.

1. 불충분한 수요: 인도 인구의 95%가 연간 소득 1만 달러 미만인 상황에서 내수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

2. 낮은 노동 참여율: 특히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낮아 경제 성장의 잠재력을 제한하고 있다.

3. 불균형한 지역 발전: 일부 지역에 편중된 성장은 전체 경제의 균형 발전을 저해한다.

델리 경제대학의 파릭시트 고시(Parikshit Ghosh) 교수는 "인도의 경제 성장은 농업에서 제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과 교육에 대한 진지한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라고 제안한다.

모디 정부의 대응: 성과와 한계

모디 정부는 불평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직접 현금 지원, 주택 공급 등의 복지 프로그램을 통해 빈곤율을 2000년 40%에서 현재 13%로 낮추는 데 기여했다. 기대수명 증가와 영아 사망률 감소 등 삶의 질 지표도 개선됐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불평등 구조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의 공공 의료 지출은 세계 최저 수준이며, 이로 인해 매년 6,300만 명의 인도인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빈곤에 빠지고 있다.

교육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 정부의 교육 예산은 GDP의 3% 수준으로, 정부가 권장하는 6%의 절반에 불과하다.

해결책을 찾아서: 전문가들의 제안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전문가들의 제안은 다양하다.

1. 세제 개혁: 세계불평등연구소는 억만장자와 백만장자에 대한 2%의 '슈퍼 세금' 도입을 제안한다.

2. 교육 투자 확대: 델리 경제대학의 고시 교수는 "교육에 대한 진지한 투자"를 강조한다.

3. 노동 시장 개혁: 여성과 소외 계층의 노동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4. 지역 균형 발전: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낙후 지역 발전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5. 사회 안전망 강화: 공공 의료 및 교육 시스템 개선을 통한 기본적 삶의 질 보장이 시급하다.

인도 국립경영대학원(IIM-B)의 기타 센(Gita Sen) 명예교수는 "2014년 이후 인도의 불평등은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 심화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성별과 카스트 같은 사회의 기존 불평등 위에 구축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결론: 균형 잡힌 성장의 필요성

인도는 분명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성장이 지속 가능하고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되려면,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델리 사회과학연구소의 사이발 카르(Saibal Kar) 산업경제학 교수는 현 정부를 비판하며 "중산층을 축소시키고 빈곤층을 공공 부조에 의존하게 만드는 한편 부자들은 정실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인도의 미래는 이 '빌리어네어 라지'를 어떻게 개혁하고 더 포용적인 성장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뭄바이의 고층 빌딩과 슬럼가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 그것이 인도 경제가 진정한 강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출처
[1] Bengaluru: Experts unpack the staggering reality of income inequality https://www.deccanherald.com/india/karnataka/bengaluru/experts-unpack-the-staggering-reality-of-income-inequality-3154635
[2] India economic inequality to persist despite roaring GDP growth https://www.reuters.com/world/india/india-economic-inequality-persist-despite-roaring-gdp-growth-2024-06-20/
[3] India Inc pay gap: CEOs earn up to 1,200-times of average staff https://www.moneycontrol.com/news/business/india-inc-pay-gap-ceos-earn-up-to-1200-times-of-average-staff-2333323.html
[4] Is today's India more unequal than under British rule? - Al Jazeera https://www.aljazeera.com/economy/2024/4/29/is-modis-india-more-unequal-than-under-british-rule
[5] India: extreme inequality in numbers - Oxfam International https://www.oxfam.org/en/india-extreme-inequality-numbers
[6] India's leaders must deal with three economic weaknesses https://www.economist.com/special-report/2024/04/22/indias-leaders-must-deal-with-three-economic-weaknesses
[7] India's Boom Faces a Pitfall: Sharing the Wealth - WSJ https://www.wsj.com/world/india/indias-boom-faces-a-pitfall-sharing-the-wealth-10e5000d
[8] 'Less BS, more jobs': Indian billionaires face heat of new Modi era https://www.ft.com/content/11355013-6a4a-4548-8a58-9339a3602a5e
[9] Rich Indians Own 40% of Wealth as Inequality Widens Under Modi https://www.bloomberg.com/tosv2.html?url=L25ld3MvYXJ0aWNsZXMvMjAyNC0wMy0yMi9yaWNoLWluZGlhbnMtb3duLTQwLW9mLXdlYWx0aC1pbi1leHRyZW1lLWluZXF1YWxpdHktdW5kZXItbW9kaQ%3D%3D&uuid=eab69aa4-45d1-11ef-b5f0-ab68879ca9af
[10] India's economy, the boomer boom — and why inequality matters https://www.ft.com/content/723056ef-5121-49a3-a86f-15ce7e7202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