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거인의 부상: 브로드컴, '매그니피센트 7'에 도전하다
테슬라를 제치고 미국 기술 대기업 그룹에 합류한 브로드컴의 성장 배경과 의미
반도체 산업의 숨은 강자 브로드컴이 최근 시가총액 8,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최대 기술 기업들의 모임인 '매그니피센트 7'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결과로, 기술 산업의 판도 변화를 시사한다.
매그니피센트 7의 변화
'매그니피센트 7'은 2023년 초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애널리스트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7개 대형 기술주를 지칭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알파벳, 아마존, 메타, 테슬라가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혁신적인 기술과 막대한 시장 지배력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브로드컴의 급격한 성장으로 이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브로드컴의 시가총액이 8,030억 달러에 달해 테슬라(7,680억 달러)를 추월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 산업의 중심축이 소비자 중심 기업에서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AI 붐과 반도체 수요 급증
브로드컴의 부상은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말 OpenAI의 ChatGPT 출시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났다. 브로드컴의 AI 칩 매출은 2023 회계연도 42억 달러에서 2024년 121억 달러, 2025년 169억 달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브로드컴은 현재 시대 정신을 대변하는 기업"이라며 "테슬라가 미래의 AI 기업이 될 수 있다면 브로드컴은 이미 AI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AI 시대에 반도체 기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브로드컴의 성장 전략
브로드컴의 성공은 단순히 외부 환경의 변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회사의 전략적 선택과 실행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브로드컴은 사모펀드(PE)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빠른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고 고마진 사업을 유지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러한 접근법은 2005년 휴렛팩커드에서 분사된 이후 지속되어 왔다.
특히 브로드컴의 인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2022년 610억 달러에 인수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VMware가 대표적이다. VMware 인수 후 브로드컴은 가격을 대폭 인상했지만, 동시에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며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이 VMware에서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와의 비교
브로드컴의 부상은 테슬라의 부진과 대조를 이룬다. 테슬라의 주가는 2024년 들어 27% 가까이 하락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와 판매 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자들이 순수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전기차 사업 계획을 축소하고 있다.
반면 브로드컴은 2024년 주가가 62% 상승했다. 이는 AI 칩 수요 증가와 함께 VMware 인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브로드컴의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테슬라를 대신해 매그니피센트 7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술 산업 생태계의 변화
브로드컴의 부상은 기술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반영한다. 소비자 중심의 기업들이 주도하던 시장에서 기업 간 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B2B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나빈 차브라 애널리스트는 "브로드컴은 빠른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데 능숙하다"며 "수익을 유지하거나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동시에 고마진 사업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자들의 관심사도 변화시키고 있다.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나 사용자 수보다는 기술력과 수익성, 그리고 미래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게 된 것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브로드컴의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AI 붐이 거품이라는 우려도 있고, 반도체 산업의 순환적 특성상 현재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브로드컴이 매그니피센트 7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2023년 브로드컴의 매출 성장률은 8%로, 엔비디아의 126%, 마이크로소프트의 11%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다만 순이익은 전년 대비 23% 증가해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브로드컴의 또 다른 과제는 B2B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일반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기업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브로드컴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VMware 인수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 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종합 기술 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결론
브로드컴의 부상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기술 산업의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으로 B2B 기술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제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그니피센트 7의 구성 변화 여부와 관계없이, 브로드컴의 성장은 투자자들에게 기술 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화려한 소비자 브랜드 뒤에서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들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든 것이다.
앞으로 브로드컴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그리고 이것이 기술 산업과 글로벌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브로드컴의 사례는 기업의 적응력과 전략적 선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Citations:
[1] https://fortune.com/2024/10/05/broadcom-tesla-magnificent-7-companies-market-cap/
[2] https://finance.yahoo.com/news/803-billion-company-most-people-080000771.html
[3] https://finance.yahoo.com/news/broadcom-magnificent-seven-091000800.html?guccounter=1
[4] https://www.cnbc.com/2024/06/17/broadcom-should-replace-tesla-in-the-magnificent-7-says-interactive-brokers-sosnick.html
[5] https://www.investopedia.com/magnificent-seven-stocks-8402262
'국외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9월 FOMC 회의록 주요 내용 보고서 (2) | 2024.10.10 |
---|---|
테더의 부상: 새로운 금융 질서의 서막 (5) | 2024.10.09 |
EU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부과: 보호주의의 부상인가, 공정 경쟁의 시작인가? (2) | 2024.10.05 |
중국 철강산업의 재고 딜레마: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의 악순환 (3) | 2024.10.04 |
미국 항만 파업의 그림자: 글로벌 무역의 새로운 위기 (6)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