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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뉴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개편과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국면

by 행복한 투자자 2024. 9. 18.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개편과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국면

서론

반도체 산업의 거인 인텔(Intel)이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제조업 부활을 위한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두 가지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개편 움직임과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은 단순한 기업 전략이나 정부 정책을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과 경제 안보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전환점에 선 거인

파운드리 사업의 현주소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인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는 2023년 189억 1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69억 5,5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해 9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인텔이 자체 칩 설계와 제조를 통합한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모델에 오랫동안 의존해온 결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략적 변화의 움직임

최근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의 개편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투자은행들과 함께 제품 설계와 제조 사업의 분리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이는 인텔의 56년 역사상 가장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결정이다.

인텔의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기업 구조 조정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구조 변화, 미국 정부의 산업 정책, 그리고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거시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마존과의 계약: 새로운 희망의 불씨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인텔에게 희망의 불씨가 있다. 최근 인텔은 아마존 웹 서비스(AWS)와 AI 반도체 공동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AI 시장의 급성장을 고려할 때, 이 계약은 인텔에게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바이든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CHIPS Act: 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의 핵심

바이든 행정부의 리쇼어링 정책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CHIPS and Science Act'다. 이 법안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CHIPS Act를 통해 정부는 500억 달러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하며, 이 중 300억 달러는 13개 반도체 제조업체에 직접 지원되고 250억 달러는 대출 형태로 제공된다.

리쇼어링의 성과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리쇼어링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해 발표된 일자리 수는 287,000개에 달한다. 2010년 이후 누적 일자리 창출 수는 약 200만 개로, 이는 해외로 이전된 일자리의 약 40%에 해당한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여러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약속했으며, 그 규모는 총 4,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CHIPS Act의 영향과 과제

산업 생태계 변화

CHIPS Act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국립 반도체 기술 센터(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설립, 연구개발 자금 지원, 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숙련된 인력 확보가 큰 과제다. 미국 제조업 부문은 2033년까지 190만 개의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리쇼어링 정책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의 과제

CHIPS Act가 제공하는 단기적인 지원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숙련 인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 달러화 가치 20% 하락, 자본 투자에 대한 즉각적인 비용 처리 유지 등이 제안되고 있다.

이러한 제안들은 단순히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숙련 인력 양성은 독일의 견습 제도를 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도전과 기회

인텔의 도전

인텔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파운드리 사업에서의 경쟁력 확보다. TSMC, 삼성전자 등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것이 시급하다. 동시에 기존 IDM 모델에서 파운드리 중심 모델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도 중요한 과제다.

인텔의 파트너십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아마존과의 계약은 좋은 시작이지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제품군에 대한 생산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AI와 엣지 컴퓨팅 등 신성장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 정책의 과제

바이든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확보가 과제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들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1. 숙련 인력 양성: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 구축
  2. 연구개발 지원: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R&D 지원
  3. 글로벌 협력: 동맹국들과의 기술 및 공급망 협력 강화
  4. 규제 환경 개선: 기업들의 투자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규제 환경 조성

글로벌 맥락과 경쟁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미국의 반도체 산업 강화 정책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첨단 반도체 기술의 중국 유출을 막기 위한 수출 통제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와 기술 발전의 지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갈등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핵심 산업의 공급망을 자국 또는 우방국으로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복잡한 공급망과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 때문에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 따라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미래 전망

인텔의 미래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개편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1. 기술 격차 해소: TSMC, 삼성전자 등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것이 핵심
  2. 고객 다변화: 아마존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다양한 고객 확보 필요
  3. 투자 유치: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 유치
  4. 정부 지원 활용: CHIPS Act 등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
  5. 인재 확보: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 인재 영입 및 유지

인텔의 CEO 팻 겔싱어는 "우리는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텔이 이 전환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며, 향후 몇 년간의 행보가 인텔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미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정부 정책, 기업들의 전략, 그리고 글로벌 경쟁 환경의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 CHIPS Act의 효과: 정부 지원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지가 관건
  2. 인재 유치 및 양성: 고급 인력 확보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3. 기술 혁신: AI, 양자 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에서의 선도적 위치 확보
  4. 글로벌 협력: 동맹국들과의 기술 및 공급망 협력 강화
  5. 중국과의 관계: 기술 패권 경쟁의 향방이 산업 전반에 영향

미국이 현재의 정책을 지속하고 성공적으로 이행한다면 203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12%에서 2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며, 실제 결과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글로벌 영향과 잠재적 시나리오

시나리오 1: 미국의 성공적인 반도체 르네상스

이 시나리오에서는 CHIPS Act와 관련 정책들이 성공을 거두어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주도권을 되찾는 경우를 가정한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TSMC, 삼성전자와 경쟁
  •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이 크게 증가하여 공급망 안정성 확보
  • AI, 양자 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의 선도적 지위 유지
  • 동맹국들과의 기술 협력 강화로 '민주주의 기술 동맹' 형성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경우, 글로벌 기술 패권 구도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중국과의 갈등 심화, 글로벌 공급망의 분절화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시나리오 2: 제한적 성과와 지속적인 도전

이 시나리오에서는 미국의 정책이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에 직면하는 경우를 가정한다:

  •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지만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
  •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이 소폭 증가하나 목표치에는 미달
  • 일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지만, 전반적인 경쟁력은 제한적
  •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진전되나, 이해관계 충돌로 완전한 통합에는 실패

이 시나리오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다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중국, 유럽, 대만, 한국 등이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시나리오 3: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모델

이 시나리오는 기술 민족주의를 넘어 글로벌 협력의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를 가정한다:

  •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대만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반도체 얼라이언스' 형성
  • 기술 공유와 공동 R&D를 통한 혁신 가속화
  • 글로벌 공급망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
  • 중국과의 제한적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긴장 완화

이 시나리오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가장 낮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

결론 및 핵심 시사점

미국의 반도체 산업 재건 노력과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개편은 단순한 산업 정책이나 기업 전략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21세기 기술 패권과 경제 안보의 핵심을 둘러싼 거대한 게임의 일부다.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1. 정부의 역할 재정립: 산업 정책에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원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 기술 혁신의 가속화: 반도체 산업의 재편은 AI, 양자 컴퓨팅 등 신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다양한 산업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다.
  3. 글로벌 공급망의 재구성: 반도체 공급망의 변화는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글로벌 경제 구조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4. 지정학적 영향: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은 국제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미중 관계의 향방이 주목된다.
  5. 인재 확보의 중요성: 첨단 산업에서 인적 자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교육과 인재 유치 정책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인텔의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인텔이 성공적으로 변신한다면 미국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상징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반면 실패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기업의 몰락을 넘어 미국 하이테크 산업의 위기를 의미할 수 있다.

결국 인텔과 미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는 기술 혁신, 정책의 효과성, 글로벌 경쟁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산업을 넘어 21세기 글로벌 경제와 기술의 판도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으며, 앞으로의 전개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