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 정책: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법인가, 새로운 도전인가?
한국의 기업들이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받아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오래된 숙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낮은 배당성향, 그리고 북한 리스크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코스피 투자자의 누적 수익률은 25%(배당 13%, 주가 12%)에 그쳤다[6]. 이는 같은 기간 S&P500의 130%(배당 31%, 주가 99%), 유럽 유로스톡스의 55%(배당 39%, 주가 16%), 중국 CSI300의 49%(배당 21%, 주가 2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필리핀 PCOMP(96%), 태국 SET(91%), 말레이시아 FBMKLCI(38%)와 비교해도 한국 증시의 성과는 뒤처진다[6].
정부의 대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5].
금융위원회는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모습을 주주 및 시장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고, 상장기업들도 이를 계기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울이면서 진정한 내재가치 또는 기대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5].
정부는 이를 위해 세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국거래소 주관으로 지역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및 연계 ETF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5].
기업들의 대응: 자사주 매입과 소각 확대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여 한국 기업들은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총 7조원으로, 전년 동기(2조4천억원) 대비 190.5% 증가했다[7]. 자사주 매입 규모도 전년 동기 1조8천억원에서 25.1% 증가한 2조3천억원을 기록했다[7].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아는 2024년 1월 26일부터 3월 12일까지 약 5천억원어치 자사주를 장내매수했고, 4월 26일에는 1916억원어치 자사주 소각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7]. 크래프톤은 3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1992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했으며, 삼성물산은 약 7677억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7].
메리츠금융지주: 주주 환원의 모범 사례
특히 메리츠금융지주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상장 금융사 중 처음으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8].
이 계획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현금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50%가 넘는 주주환원율을 유지할 예정이다[8]. 2026 회계연도 이후부터는 내부 투자 수익률, 현금 배당 수익률, 자사주 매입 수익률 등 3가지 수익률을 비교해 주주 가치 제고에 최적 자본 배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8].
메리츠금융지주는 기업가치 제고와 관련해 4가지 핵심 원칙을 제시했다[8]:
- 본업의 탁월한 성과로 수익을 잘 낸다
- 자본 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
- 주주환원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 모든 주주의 가치를 동등하게 대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6400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4483억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으며, 주주환원율은 51.2%를 기록했다[8].
주주 환원 정책의 효과와 한계
주주 환원 정책 강화가 실제로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실시한 기업들의 주가가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아의 경우 자사주 매입 직전 8만7천원 수준이던 주가가 꾸준히 오름세를 보여 최근 12만2천원대까지 올랐다[7]. 크래프톤의 주가도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약 9% 상승했으며, 삼성물산의 주가는 자사주 소각 공시 이후 30% 급등해 17만80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14만원 후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7].
그러나 주주 환원 정책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 그칠 뿐,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 비교: 여전히 낮은 한국 기업의 주주 환원율
한국 기업들의 주주 환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 비교에서 한국 기업들의 주주 환원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은행 부문에서 이러한 격차가 두드러진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상장 은행지주사 7곳(KB·신한·하나·우리·DGB·BNK·JB)에 공개서한을 보내 주주환원 확대를 촉구했다[6]. 이들 은행의 주주환원율이 해외보다 낮은 평균 20%대에 그쳐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를 유발, 주주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6].
터널링 효과: 여전히 남아있는 우려
한국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주주의 '터널링' 효과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터널링은 대주주 일가가 소유한 비상장사로 상장사의 이익을 내부거래를 통해 이전하는 수법을 말한다[2].
이러한 관행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기업 가치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2022년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가 대주주가 지배하는 다른 회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해 이익을 이전하는 터널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2].
정부의 추가 대응: 세제 혜택 검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추가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주주 환원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1].
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주주의 배당소득세에 대해 저율 분리과세를 추진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1]. 이는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 강화를 더욱 독려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전문가 의견: 긍정적 평가와 우려 공존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 강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해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수익,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있어 A+ 학점을 부여한다"며 "모든 상장사가 주주 평등 원칙을 천명한 메리츠금융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8].
그러나 일각에서는 과도한 주주 환원이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이나 신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Citations:
[1] https://www.nbcnewyork.com/news/business/money-report/south-korean-president-announces-tax-breaks-for-companies-that-raise-shareholder-returns/5563171/
[2] https://practiceguides.chambers.com/practice-guides/shareholders-rights-shareholder-activism-2023/south-korea/trends-and-developments
[3] https://markets.ft.com/data/announce/detail?dockey=1323-15923720-5P35DIQ5MIIIBGD8LCV2DR7S6E
[4] https://www.wsj.com/world/asia/korea-zinc-shares-hit-record-high-after-mbks-1-5-billion-tender-offer-ff915b9b
[5] https://www.fsc.go.kr/no010101/82214?curPage=2
[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6593
[7]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148527.html
[8] https://www.mk.co.kr/news/economy/11065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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